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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적으로 삽시다

ChoiSowa 2019. 7. 14. 23:17

Photo by  Timon Studler  on  Unsplash

  안타까운 모습은 언제나 신병들이 보여준다. 선임의 눈에 들기 위해 어울리지도 않은 엽기적인 행각들은 물론이고 밖에서는 하지도 않았을 허풍을 떨어댄다. 동물적인 본능에 의해 알아서 엎드리는 건지 본인의 원래 성격이 그러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그 행동들은 (대게 자각하지 못하겠지만) 당사자의 마음에 어색함, 불안감, 허무맹랑함, 공허함을 심어놓기 마련이다. 이러한 마음들을 그냥 덮어두고 다시 들춰보지 않았다면 좋을 텐데, 우리의 인생이 언제 그렇게 고만고만하게 굴러갔던가? 한번 엽기적이고 한번 떨어버린 허풍은 본인의 위치를 굳혀버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위치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다. 어울리지도 않은, 하지도 않았을 모습을 한 채 하루하루를 견디고 버티면 이병을 지나 어느덧 일병이 된다. 하루하루의 하루가 정말도 길고도 짧다는 걸 느끼는 시간이 계속된다. 점점 서로의 모습들이 곱게 안 보이고 하나둘 거슬리는 부분들과 짜증 나는 성격들이 눈에 밟힌다. 그 시간 동안 마음속에 심어졌던 어색함, 불안감, 허무맹랑함, 공허함 들은 가만히 있지도 않고 상처가 되어 곪고 문드러진다. 그리고는 기가 막히게 그 순간에 발생하는 병영 부조리와 하극상. 가득 차서 곧장 터질 것만 같은 마음의 상처들을 터트리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비극은 마침표를 찍는다.

  방금 말한 이야기들이 과연 소설이고 허구이고 머릿속의 막상 지나지 않을까? 내가 본 바로는 정말 현실 반영 적이고 민망할 정도로 묘사된 이야기다. 저런 비극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고 성격의 차이도 있고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군대에서 유독 문제가 되는 이유는 뭘까? 바깥세상에서는 자신과 맞지 않고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을 피할 수 있다. 같이 지내지만, 선을 지키며 지낼 수 있다. 같이 지내면서 공통의 목적만 보면서 참고 살기도 한다. 군대에서는 하루 24시간을 그 사람과 일어나고 밥을 먹고 활동을 하고 잠이 든다. 가족보다 가깝게 지낸다. 이런 곳에서 서로 불만 하나 없이 살아가는 건 예수님, 부처님도 못할 것이다. 우리의 관계가 저런 비극으로 끝나는 것도 당연한 결말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비극이 많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차피 서로에게 불편하고 어색한 일은 하지 말자. 되지도 않는 친절은 하지 말자. 비굴하게 조아리며 굴복하지 말자. 그냥 서로 할 것만 하고 살자. 참견도 훈계도 꼰대 짓도 하지 말자. 이런 소리를 하면 보통 사람들은 그런 개인주의는 항상 본인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하나도 생각도 안 하는천하의 배신자, 역모라고 생각한다. 사실 개인주의는 사회의 이익보다 본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개념이다. 대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거다. 본인의 이익을 생각하기에 본인을 위해서라도 사회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이다. 서로에게 불편하고 어색한 일은 피차 하지 말고 그 사람 본성 그대로 존중해주는 게 오래가는 관계의 첫걸음이다. 되지도 않는 친절은 하지 말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친절을 베풀고 기본적인 사회적 예절과 매너를 지키자. 비굴하게 조아리며 굴복하지 말고 서로 동등하게 바라보고 동료의식으로 서로 사랑하자. 그냥 서로 할 것만 하면 서로 지시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서로가 정한 규칙을 지키고 합의된 행동을 하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자.

  그렇게 되면 우리의 삶은 꽤 마음 편해지고 살만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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