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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새끼 - 자가 진단 경증 우울증

ChoiSowa 2019. 6. 13. 23:04

  결국은 예전으로 돌아와 버렸고 다시금 똑같은 감정, 스트레스,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 때, 3월에는 처음이라 잘 견뎌낼 거라는 마음으로 묵묵히 이겨냈다. 그리고 높은 파도를 넘어왔다. 그렇게 6월이 되었고 멀리 지나가버린 줄로만 알았던 파도가 다시, 나를 향해 밀려왔다. 사실 그 때도 두렵고 막막하고 견디기 힘들어서 마음이 뭉개지며 괴로웠다. 그럼에도 끝까지 견뎌냈다. 그런데 다시금 똑같은 시간을 마주하고 무기력하게 기다려야 한다는 게 싫다. 더 이상 무사히 견뎌내고 싶지 않다. 내가 억지로 뱃머리를 잡고 이리저리 파도를 헤쳐나가는 것보다, 파도에 몸을 맡기고 순리대로 적응하며 지내는 것보다, 차라리 감당할 수 없는 힘이 내 존재를 산산조각 부숴주면 좋지 않을까. 하나의 널빤지도 남지 않도록 조각조각 흩뿌려주면 괴로움이 덜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한번은 그럭저럭 넘겼지만 두 번은 감당할 자신도 의지도 없다. 사람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경험하고 반성하고 깨우쳐도 부질없는 시간이었다. 나는 결국 예전으로 돌아와 버렸다. 병영생활 상담관분이 만든 책도, 전문상담사분이 쓴 책도, 마음에 울림 있던 에세이도, 결국 지금 이 실제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었고 어느 지침서도 정답지도 없이 온전히 혼자서만 이겨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속상하다. 잘해보고 싶었는데 다시 망가진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다인데 한 사람의 관계 능력을 10이라고 할 때 능력을 벗어나는 12의 관계를 가지려고 하면 혼자 지쳐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8에서 9의 관계를 맺는 게 가장 적절한 관계라고 권장한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내성적이면서 외향적인 사람이 있는데 본인의 외향력을 벗어나는 순간에는 다시 내성적으로 변한다고. 속상한 지금에서 이런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은 합리화일까, 아는 체하고 싶은 걸까.

  3월의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지금의 결말도 예상할 수 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마치 이런 생각은 전혀 하지도 않은 것처럼. 빠르고 가볍게 살아갈 내 모습을 생각하니 지금의 순간이 오히려 오버하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후임에게 들려줬더니 그래도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지. 맞아. 필요한데 나는 왜 이리도 강렬하고 심각하게 지나가는 건지. 스스로 그에 대한 대답을 나는 너무 예민하고 특이한 탓이라고 말했다.

  실없는 말이 하루 종일 날아다니고 시답잖은 장난으로 서로를 돈독하다고 하는 세상에서 말 한마디에 상처 받고 행동하나에 생각을 곱씹는 나 같은 인간은 미운 오리 새끼이다. 내가 다시 돌아갈 자리는 혼자 있는 세상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사람 많은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숨쉬기와 버티기 뿐이다.

  오늘따라 참으로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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